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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살해를 둘러싼 책임의 비대칭성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6-06-28   /   25

청년서포터즈 9기 이나연 [고려대학교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4학년]

 

 ▲ 청년서포터즈 9기 이나연 [고려대학교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4학년]

 

 

【 청년일보 】 2026년 5월,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아이를 혼자 낳은 20대 여성이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출산 후 119에 신고했으나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숨져 있었다.

 

이 사건이 어떤 결론에 이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영아살해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반복되는 한 가지 장면은 분명하다. 

 

수사와 사회적 비난은 주로 친모에게 집중되고, 

임신과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다. 

 

친부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여성은 왜 의료기관에 접근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쉽게 사라진다.

 

범죄를 처벌하는 것과 범죄가 발생한 조건을 묻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 생각된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 아이는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영아살해죄로 판결된 1심 판결문 46건을 분석한 한국교정학회 연구에 따르면, 

영아를 분만 후 24시간 이내 살해한 사례는 40건에 달했다. 

 

가해자는 대부분 국내 평균 출산 연령보다 어린 친모였으며, 

판결문에서 친부의 존재가 언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영아살해의 직접 행위자는 대부분 친모이기에 형사 책임 역시 친모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제기해야 할 질문은 다른 곳에 있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공동 책임을 지닌 친부의 역할과 책임은 

왜 사회적 논의와 수사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2023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아살해 및 유기 사건에서 남성이 입건된 비율은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이런 입건 비율 자체가 곧 친부의 책임 검토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부의 역할과 책임이 어느 정도까지 조사되고 있는지에 대한 공개적 검토가 필요하다. 

임신과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경제적 지원 여부, 관계 단절이나 압박 여부 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형법 제251조의 영아살해죄는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여’라는 표현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 조항은 2024년 폐지되었지만, 해당 문구는 오랫동안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여성 개인의 수치와 책임으로 바라보았던 사회적 시선을 보여준다.

 

◆ 왜 병원에 가지 못했는가

 

영아살해 사건의 상당수는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여성은 임신 사실을 숨기고, 의료기관을 찾지 못한 채 혼자 출산하며, 

도움을 요청할 사회적 관계망도 갖지 못한다. 한국교정학회 연구는 원치 않는 임신, 경제적 어려움, 지원체계 부재를 주요 요인으로 지적한다. 

이는 범죄를 정당화하는 설명이 아니다. 다만 영아살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범행 자체뿐 아니라 

범행 이전에 존재했던 사회적 조건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2023년 언론에서 보도한 사례에서 한 여성은 지원시설 이용 과정에서 

복잡한 행정 절차와 친부 관련 서류 문제에 부딪혔다고 한다. 

출산과 입양, 양육 지원 제도를 알아보는 과정에서도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영아살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 발생 이후의 처벌뿐 아니라 

범죄 이전에 안전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여성들이 병원보다 모텔과 화장실, 원룸을 출산 장소로 선택하게 되는 이유를 묻지 않는다면 비슷한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 출산 직후의 상태는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가

 

또한 출산은 의료적 사건이다. 의료진 없이 혼자 출산하는 경우 대량 출혈, 극심한 통증, 수면 부족, 공포, 정신적 혼란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으며, 

국제 의학계는 산후 정신병(postpartum psychosis)을 비롯한 다양한 산후 정신질환을 인정하고 있다. 

출산 직후 여성의 정신 상태가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모든 영아살해 사건이 정신질환이나 심신미약 상태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출산 직후의 신체적·정신적 상태가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전문적 평가와 검토는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질문할 필요는 있다.

 

형사사법은 행위뿐 아니라 행위 당시의 정신적·신체적 상태도 함께 고려한다. 

그렇기에 법원은 조현병 환자의 범행, 피해망상 상태의 살인, 우발적 폭력에 대해 심신미약을 인정하고 형을 감경한다. 

그렇다면 의료적 지원 없이 홀로 출산한 여성의 상태 역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출생 미등록 아동의 사망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자 

정부는 2023년 대규모 전수조사에 나섰고, 의료기관 출생신고 통보 의무화, 위기임신보호출산 지원 특별법을 잇달아 통과시켰다. 

이는 분명 필요한 조치였다. 그러나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위기 임신 여성들이 접근할 수 있는 지원시설은 부족하고,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강하다. 

출산과 양육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여성들이 실제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도 충분하지 않다.

 

베이비박스 자체의 평가와 별개로, 베이비박스가 오랫동안 국가가 아닌 민간 종교단체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보여준다. 

아이를 보호하는 일은 특정 개인이나 종교단체의 선의에 의존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아이는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아살해를 둘러싼 책임 역시 친모 개인에게만 환원되어서는 안 된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친모만 법정에 세우고 끝내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공동 책임자로서의 남성 책임, 위기 임신 여성에 대한 국가 지원 부족,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사회적 낙인, 의료 접근성의 문제 역시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분노만이 아니다. 

왜 한 여성이 병원이 아니라 모텔에서 혼자 아이를 낳게 되었는지, 

왜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지 못했는지, 왜 임신의 공동 책임자는 논의에서 사라지는지를 물어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단계에서의 지원과 개입보다, 

사후 처벌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사회라면 우리는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청년서포터즈 9기 이나연

출처: 청년일보

원본:

https://www.youthdaily.co.kr/news/article.html?no=22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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