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에 비친 주사랑공동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홈 > 소식 >언론보도

[국민일보] 아기 포기하려던 베트남 엄마, ‘조건 없는 상담’에 마음 돌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6-10-13   /   55
[닫히지 않는 베이비박스 17년의 기록]

한국어 서툴고 경제적 여건도 안돼
베박서 도움 받은 뒤 키우기로 결심
베이비박스를 찾아왔던 베트남 국적 A가 12일 서울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휴대전화 속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출산 전 막막한 상황에서 아이를 포기하려 했던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을 다른 위기 산모들을 위
베이비박스를 찾아왔던 베트남 국적 A가 12일 서울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휴대전화 속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출산 전 막막한 상황에서 아이를 포기하려 했던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을 다른 위기 산모들을 위해 용기를 내 인터뷰에 응했다. 이강민 기자
베트남에서 온 A가 서툰 한국어로 ‘포기’라는 단어를 죄지은 듯 읊조렸다. “아이는 ‘포기’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는 출산 전 막막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수차례 ‘포기’를 말했다. 이렇게 이쁜 아이를 두고 나쁜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미안했는지 A의 눈에선 연신 눈물이 떨어졌다. 출산 전에는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A는 당초 인터뷰 요청에 선뜻 응하지 않았지만 ‘포기’를 고민하는 또 다른 외국인 산모를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이슈탐사팀은 외국인 위기 임산부의 현실을 듣기 위해 12일 서울 모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A는 지난해 병원 진료 도중 임신 사실을 알았다. 폭력적 성향의 한국인 전남편과 이혼한 뒤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생계를 유지하던 때다. 아이가 태어나도 고생만 할 게 뻔해 보였다. 이혼 후 만난 아기 아빠와는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본국 가족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놓기도 어려웠다. 베트남에선 혼전 임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고 했다.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아이의 존재를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점점 배가 불러오자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무작정 지역 보육원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서툰 한국어 탓에 소통은 쉽지 않았다. 겨우 ‘아이를 맡기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외국인 아이는 받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댈 곳은 인터넷 검색밖에 없었다. 우연히 베이비박스 기사를 찾았다.

다행히 베이비박스에서는 A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지원받을 수 있는 물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키우고 싶다’는 마음과 ‘어려울 것 같다’는 엇갈리는 속내도 그대로 드러낼 수 있었다. 임신 중 처음 느껴보는 누군가의 지지였다. 베이비박스에서 상담을 이어가면서 용기를 내 출산을 준비했다.

아이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 직접 키우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고 A는 확신했다. 이 아이가 입양을 기다리며 시설을 떠돌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오랜 상담 끝에 A는 아이를 직접 키우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아이와 함께한 시간은 벌써 1년 가까이 흘렀다. 지금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불체자 엄마가 버린 외국인 아기
마땅한 지원 근거 없어 전전긍긍
베트남 유학생 A가 출산한 아이는 지난해 10월 태어난 지 6시간 만에 대전의 보육원 앞에 버려졌다. 아이는 용케도 기나긴 밤을 견뎌냈다. 다음 날 아침 쓰레기를 수거하던 환경미화원에게 발견됐다. 연인 관계인 또 다른 베트남 유학생 남성이 영아 유기를 도왔다. 이들은 다음 날 경찰에 붙잡혔다. A는 학생 비자로 입국했다. 하지만 비자가 갱신되지 않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출산했다. 베트남에 있는 부모 허락 없이 출산해 두려웠고, 직접 키울 수 없을 것 같아 보육원 앞에 놓고 갔다고 진술했다.

아이는 지금 1년째 대전의 시설을 전전하고 있다. 사건 초기 구청에서 운영하는 일시보호 쉼터에서 지내다 다른 시설로 옮겨졌다. 최근 시설에서 생애 첫 생일을 맞았다.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마땅한 지원 근거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렇다고 어린 생명을 외면할 수도 없다. 자신을 버린 혐의로 재판받아야 하는 엄마에게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국인 산모들이 출산한 아이를 버리는 일은 지금도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보호출산제 도입 이후에도 외국인 산모의 영아 유기 또는 살해 사건은 최소 5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2명은 부모가 살아 있는 영아를 유기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1명은 출산 직후 사망한 채로 버려졌다. 다행히 나머지 2명은 생존 상태로 발견됐다. 베이비박스 밖에서도 비극적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적의 B는 지난 1월 태어난 지 하루 된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경북 경주의 한적한 텃밭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고무 대야에 아이를 두고 떠났다. 아이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기온이 영하 3.9도까지 떨어진 날이었다. B는 중국 국적 친부가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야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친부는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임신중절 수술비는 물론이고 양육비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B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출산한 중증장애인 아들을 홀로 양육하면서 식당 종업원으로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정부로부터 양육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피고인의 사정으로 언급됐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대학 기숙사 화장실에서는 베트남 국적 유학생 C가 아이를 출산한 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일이 있었다. C는 출산 후 지인과 함께 아이를 종이봉투에 넣어 바깥에 방치했다. 0도의 날씨에서 20분가량 방치된 아기는 결국 숨졌다. C는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태국 국적 산모 D는 출산 후 사망한 아이를 유기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 새벽 자택에서 갑자기 진통을 느끼고 출산했으나 아이가 이미 숨을 쉬지 않는 상황이었다. D는 사망한 아이를 원룸 쓰레기장에 유기했다. 출산 당시 체류기간이 만료된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수사기관에 신고할 경우 강제 출국될 것이 두려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11월에도 경기도 의정부 지하상가 화장실에 갓난아이가 유기됐다. 베트남 국적 유학생 산모 E는 “예상치 못하게 갑작스럽게 출산했고 키울 여력이 없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다행히 아이는 생존한 채로 경비원에게 발견됐고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건강에는 문제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목록
이전글/다음글
이전글 [국민일보] 학업 중단하면 체류에 문제… 유학생 엄마는 양육을 포기했다
다음글 다음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