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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설 선물로 베이비박스 아기에게 한복"…제2의 가족 자처하는 센터

[서울=오정우] 22일 오전 9시께 서울 관악구 소재의 주사랑공동체. 사랑이라는 꽃말을 담은 동백꽃과 나비가 그려진 벽화 건너편 베이비박스를 지나 교회로 들어서자 중년의 여성이 아기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있었다. 사진은 100일 잔치 당시 베이비박스 아기의 사진 (사진=주사랑공동체 제공) 2025.01.27. ph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어구르르 까꿍…아이고 예뻐라."
22일 오전 9시께 서울 관악구 소재의 주사랑공동체. 사랑이라는 꽃말을 담은 동백꽃과 나비가 그려진 벽화 건너편 베이비박스를 지나 교회로 들어서자 중년의 여성이 아기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위층에서부터 주의 친절한 팔에 안기세 찬송가 선율이 흘러나오자 아기는 발을 꼼지락거리다가 이내 천천히 돌아가는 모빌을 보며 금세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태어난 지 100일째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아기의 이름은 리나(가명). 지난해 9월에 태어난 리나는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뒤 현재까지 보살핌을 받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여러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산모가 아기를 맡기는 장소로 2009년 12월 서울 관악구에 자리잡았다.
이곳에서 15년 동안 2100여명의 아기를 마주한 황민숙(64) 주사랑공동체 센터장은 리나를 바라보며 올해 설날에도 배다른 엄마가 될 참이다. 황 센터장은 "비록 배로 낳지 않았어도 첫걸음을 함께 하는 가족의 역할을 하는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달 열린 리나의 100일 잔치를 떠올렸다. 100일 축하해 리나야 문구가 적힌 레터링 케이크와 떡을 앞에 두고 방긋 웃는 리나의 사진을 보여주며 미소를 띈 황 센터장이다.
그는 "100일 잔치에서 아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이곳이 아기들에게 제2의 고향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태껏 설 연휴 때 해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낌 없는 애정과 함께 선물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가족과 차례를 지내고 새해 첫날을 보내는 데서 유래한 설을 맞아 황 센터장은 리나만을 위한 맞춤형 한복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사진=주사랑공동체 제공) 2025.0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가족과 차례를 지내고 새해 첫날을 보내는 데서 유래한 설을 맞아 황 센터장은 리나만을 위한 맞춤형 한복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흰색 한복 모자와 노란색 견으로 직조된 저고리, 보라색 치마와 100㎜ 크기의 버선이 리나만을 위한 선물이다.
황 센터장은 "현재 센터에서 보호하는 유일한 아기이기에 보육 선생님과 상담사, 자원봉사자가 약 한 달 전부터 맞춤형으로 준비했다"며 "설 연휴 때는 더 자주 씻기고 기저귀도 자주 갈아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4번째 설을 맞이하는 이은혜(44) 상담사도 "명절 때는 병원도 열지 않기에 아이들이 아프면 어떡할까 늘 노심초사한다"며 "엄마와 가족의 부재라는 게 느껴지지 않게 고스란히 모든 애정을 준다는 마음으로 자주 마사지도 하고 책도 읽어주는 등 정성으로 보살피는 편인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리나에 더 애틋한 마음을 담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자에 따르면, 베이비박스가 세워진 이래 올해처럼 설 연휴 무렵 센터에 아기가 1명만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늘 명절 전후로 많은 아기들이 베이비박스로 들어와서다.
리나에게 가족이 줄 수 있는 사랑을 안겨주고 싶은 이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내국인 산모는 지난해 7월 보호출산제 시행 이후 익명으로 출산을 할 수 있지만, 리나의 친모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 센터 내에서 유일하게 돌봄을 받는 아기 리나가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유다.
황 센터장은 "리나는 보호출산 사각지대에 놓인 아기"라며 "(그렇기에) 설 연휴 때 매일 보육 선생님 1명과 상담사 1명이 24시간 붙어있으면서 뽀로로 장난감으로 놀아주거나 좋아하는 클래식 자장가도 틀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 외에도 센터는 설 연휴를 맞아 베이비박스에서 시설로 보내지거나 입양이 된 아기와 가정을 대상으로 선물을 보냈다고 했다. 사진은 선물을 담는 봉사자들. (사진=주사랑공동체 제공) 2025.01.27.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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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센터는 설 연휴를 맞아 베이비박스에서 시설로 보내지거나 입양이 된 아기와 가정을 대상으로 선물을 보냈다고 했다.
황 센터장은 "2022년부터 설 연휴를 맞아 생필품과 화장품, 저당 밥솥 등의 종합 키트를 아이가 있는 곳으로 보낸다"며 "올해에도 설을 맞아 최근 95곳의 가정에 선물을 보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선물 지원 담당인 김영옥(56) 지켜진아이 사무국장은 "선물을 보내는 건 여타 가정에서 받을 수 있는 축복의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제2의 가족에게 사랑받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한편, 지난해 7월19일 보호출산제가 출생통보제와 함께 시행됐다. 보호출산제로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위기 임신부는 익명으로 출산하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으며, 출산한 산모가 신원을 숨기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센터 측이 제공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까지 총 2172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맡겨졌다. 한 해 평균 약 144명이 베이비박스에 놓이는 가운데, 지난해 보호된 아기들은 ▲보육원 등 시설(21명) ▲상담 후 원가정 복귀(17명) ▲입양(7명)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19일 시행되는 보호출산제가 초읽기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사진은 베이비박스.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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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시스
원본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124_0003045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