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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뉴스] [사회이슈] 1만 명 넘는 미등록 아동 문제, 해결 가능할까
수면위로 떠오른 미등록 아동들
작년 6월 21일, 수원시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수년째 방치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되며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1월 넷째 아이를 출산한 뒤 집으로 데려와 목을 졸라 살해했으며 이어 지난 2019년 11월 다섯째 자녀 또한 출산 후 병원 근처 골목에서 같은 방식으로 숨지게 했다. 이후 A씨는 아기들의 시신을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수원 영아 시신 유기 사건’ 이후 감사원은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출생신고 전이라도 B형 간염 예방접종을 위해 7자리의 ‘임시 신생아 번호’가 부여된다는 점에 착안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부모들이 잇따라 검거돼 세간을 놀라게 했다. 특히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아동들이기에 수년 동안 방치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출산 기록은 있는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아동’의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줬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2022년까지 출생 후 신고 되지 않고 사라진 아이는 1만 1,700여 명으로 이 중 확인된 사망 건수만 718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록’되지 않는 삶
본지는 미등록 아동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주사랑 공동체의 위기영아보호상담지원센터(베이비박스)의 황민숙 센터장, 인천대학교 송다영(사회복지학과)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송 교수는 “기록되지 않은 아이는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라며 “모든 인간은 생명을 가짐과 동시에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 받아야 하며 그 시작은 출생등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들은 성인이 돼서도 주민등록증, 여권 등 기본적인 신분증을 발급받지 못해 취업이나 금융 거래 등 일상적인 사회 활동이 불가능하다. 또한 이들 중 대부분은 필수 예방접종과 보육지원 등의 복지에서 소외되거나 범죄와 같은 위기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불법 해외입양 △아동 방치 △영아 살해와 같은 극단적 범죄까지 연결될 수 있다. 특히 법적 기록이 없기 때문에 아동의 위치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이 미등록 아동들을 사회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그렇다면 미등록 아동이 줄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송 교수는 “사회적으로 미혼모나 어린 나이에 출생한 부모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한 자녀가 태어난 후 부모가 출생신고를 해야 할 의무는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에 명시돼 있지만 출생신고를 기한 내에 하지 않더라도 소액의 과태료만 부과되는 등 미미한 처벌을 미등록 아동이 감소하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결국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동시 시행
지난 7월 19일부터 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영유아에 대한 출생신고 누락을 방지하고 아동 보호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쌍둥이 제도’라 불리는 ‘출생통보제’ 및 ‘보호출산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출산통보제란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의료기관에서 아동이 태어나면 아동의 출생 사실과 출생 정보를 지방자치 단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지난 2022년 3월 법무부는 위 법안을 도입하기 위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발의했다. 다만 당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생각으로 출생신고의 의무를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기려 한다’며 ‘혹여나 실수로 신고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 역시 민간의료기관이 짊어지게 되는 불합리한 구조를 형성할 것’이라 주장하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해 국회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미등록 아동 문제가 주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라 작년 재검토 대상이 되며 의료기관의 책임과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출생정보를 대신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신원 공개에 부담을 느끼는 임산부를 병원 밖 출산으로 내몰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호출산제를 함께 도입했다. 보호출산제란 경제적, 사회적 상황 등의 이유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위기 임산부에게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임산부는 지역상담기관을 통해 보호출산 상담을 진행한 후 의료기관을 선택해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관리번호를 부여받아 가명으로 진료 및 출산을 한다. 출생통보제에 의해 아이는 자동으로 출생신고가 되며 7일간의 숙려기간 이후 지자체장에게 아동이 인도돼 △입양 △시설보호 △가정위탁 등 보호 조치가 이뤄지며 아동에 대한 친권행사는 정지된다.
제도 시행 3개월, 사회의 변화는…
제도 시행 이후 뜻밖의 임신으로 출산을 고민하는 위기임산부들에게 다양한 상담과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을 연계하기 위해 전국 16개 위기임산부 지역상담기관이 문을 열었다. 상담을 원할 경우 전용 상담 전화번호인 1308번을 통해 언제든 연락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열흘 동안 약 5,000건의 출생 정보가 병의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통보된 사실이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124명의 위기임산부가 상담전화 등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으며 △시설입소 △긴급지원 △병원 동행 등의 지원을 받았다. 이 중 5명의 위기임산부가 아동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보호출산을 신청했다. 관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임산부 A씨는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낙태를 고민하던 중 제도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해당 제도로 아이를 출산하고 숙려기간을 보호 출산을 철회하기로 결심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황 센터장은 제도 도입에 대해 “베이비박스의 필요성과 같은 맥락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제도”라며 “특히 미혼모들은 출산 이후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한 사회생활의 어려움과 출생신고 후 기록이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에게 보호출산제는 낙태나 유기 대신 출산이라는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도의 문제도 만연해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가 합법적 유기를 조장하고 아이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등 각종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송 교수는 “보호출산제는 부모에게 아이를 잊어버릴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원치 않게 출산을 한 경우 아이를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제도를 해석하기 쉬워 합법적 유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임신 중단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아이는 낳게 하는 것은 대단히 모순적인 상황”이라며 섣부른 제도 도입을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이외에도 태어난 아이는 자신의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기에 이후 아동이 경험할 정체성의 부재도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영구히 단절되는 어머니와 아이에게 지속적인 트라우마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는 것이다. 송 교수는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아이를 불인지 하게 하는 것을 받아주는 법”이라며 “이후 아이가 커가며 받게 되는 상처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관련 법안은 대한민국 국민만을 대상으로 해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 아동은 법에 따른 출생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특히 부모가 체류자격을 상실했다면 아이는 출생신고를 해야 받을 수 있는 예방접종이나 이후 학교에 재학하는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개선 방안을 모색해 해결해야 할 때
제도의 문제 개선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미등록 아동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유미숙 사무국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위기임산부에게 정보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긴급주택 입주와 같은 구체적인 지원을 병행해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며 “위기임산부들에게 3개월 동안은 긴급복지지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백없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센터장은 “미혼이나 기혼 상관없이 임산부의 아이를 보호하도록 촘촘한 지원이 필요하며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남성도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면 미혼모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미등록 아동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 교수는 “심각한 경제적 상황이나 폭력을 통해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여성에게 임신 중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9년 낙태죄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지만, 국회에서 입법 개선이 되지 않아 지난 2021년 법의 효력이 상실된 상태로 사실상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황이다. 때문에 송 교수는 “모자보건법1)의 후속조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외국인 미등록 아동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법안의 대상을 국적까지 연동시켜 외국인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 국내에서 태어난 아동은 모두 인권 보장을 보장받고 살 수 있도록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송 교수는 “미혼모나 어린 부모를 사회구성원들이 유연하고 포용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미등록 아동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정예은 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
출처 : 경기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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