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영아’ 사건을 계기로 지난 7월 경찰 수사가 진행된 후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영아들의 숫자가 급감했다.
위기 임신 여성과 여성을 보호하는 주사랑공동체(대표 이종락 목사)는 미등록 출생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전수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7월부터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영아들의 숫자가 줄었다고 15일 밝혔다.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베이비박스가 보호한 영아는 47명, 이듬해 같은 기간에는 51명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24명으로 지난해보다 53%나 감소했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대표는 1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미등록 영아 숫자가 줄어든 것보다 경찰의 전수 조사를 본 미혼모 등 위기 임신 여성들이 부담을 느껴 ‘베이비박스’ 영아가 감소한 것으로 본다”며 “전수 조사는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성들의 신분이 철저히 보호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 목사에 따르면 경찰 조사를 받은 한 기혼 여성이 조사 후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원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은 “경찰 조사가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는데 7~8월간 베이비박스 영아 숫자의 간극이 크다”며 “그동안 보통 12월에 아기 보호가 많이 이뤄졌는데 지난해보다 90% 감소했다”고 밝혔다.
주사랑공동체는 그림자 영아 사건을 계기로 여론에 힘입어 지난 10월 위기 임신 여성의 익명 출산을 보장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보호출산제)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봤다. 다만 미혼모들이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양육하도록 돕는 지속적 지원과 집중사례 관리 등이 필요하며 친생부의 책임 강화 등이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사무국장은 “국가가 능동적으로 나서서 위기 임신부가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복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아기만 낳고 도망간 친생부가 양육비 등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는 법적 방안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또 “특히 미혼모들이 잠시 아기를 맡기고 행정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며 “미혼모센터, 자립생활관으로 연계되면 출생 신고를 강제하기 때문에 보호 출산을 할지에 대한 배려가 없다. 출생신고 갈림길에 선 미혼모가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아기를 키우면) 국가의 확실한 지원이 있다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