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 사고로 죽었어요…남자 혼자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요"
"보호출산제 도입안되면 전국 각도에 베이비박스 설치"…이종락목사
편집자 주=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이종락 목사의 [삶] 인터뷰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인터뷰 기사는 지난 7일 [삶] "산에서 아기 낳고 묻으려다…너무울어 교복에 싸서 데려왔어요"라는 제목으로 송고됐습니다.
[주사랑공동체 제공]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사랑하는 아가에게,
지금쯤 이 편지를 보고 있을 너의 모습은 건장한 모습으로 씩씩한 성인이 되어 있겠지? 지금쯤 우리 아기는 남들처럼 엄마 아빠 곁에 있어서 사랑받고 있어야 할 텐데 세상 빛 보자마자 엄마 아빠와 떨어져 홀로 지내게 해서 미안하구나.
난 네가 이 편지를 안 읽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우리 아가가 엄마 곁에서 씩씩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게 되는구나. 네가 이 편지를 보게 된다면 엄마 아빠를 많이 원망하고 있겠지. 우리 아가는 엄마 아빠를 절대 용서하지 못할 거야. 엄마는 우리 아기에게 너무나 창피하고 부끄럽구나.
과연 너에게 나는 엄마라는 말을 할 수 있을지. 엄마는 너를 지키고 싶지만,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게 너무나도 원망스럽고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구나. 어떻게든 너를 지켜내야 하는 게 부모이고 엄마인데… 정말 너에게는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하구나.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네가 부모 없이 자라면서 사회에서 과연 사랑받을 수 있는지. 사랑받고 자라야 할 너인데 사회가 너를 무시할지 엄마는 그게 두렵다. 이 말들이 너에겐 다 변명이고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만, 그래도 엄마는 모든 게 다 걱정이다. 엄마는 네가 정말 이 글을 안 읽었으면 한단다. 만약 읽게 되더라도 엄마를 용서하지 않아도 돼.
만약 엄마와 만나게 된다면 그동안 못했던 것을 해줘도 너에겐 모든 게 상처이지만, 조금이나마 치유가 된다면 모든 걸 해주고 싶구나. 엄마는 꼭 네가 이 글을 안 읽게 해주고 싶어.
너를 포기하고 싶지 않구나. 이 글을 읽은 너에게 엄마가 포기해서 정말 미안해. 그리고 너에게 부질없는 말이지만 사랑하고 또 사랑한단다.
-엄마가 아기에게 남긴 편지-
위의 내용은 아기를 서울 관악구 난곡로 베이비박스에 놓고 간 한 엄마가 남긴 편지다. 이 엄마는 미안함, 죄책감, 두려움 등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촬영 이건희]
이종락(69)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담임목사다.
그는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두고 가는 엄마들은 편지에 "사랑한다", "미안하다", "좋은 부모 만나라", "아이를 잘 키워주세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남긴다고 했다.
이 목사는 "아기를 이곳 베이비박스까지 데려온 엄마들은 칭찬해줘야 한다"면서 "죽을뻔한 아기를 엄마가 살린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2012년 시행된 입양특례법 개정안은 출생신고를 강제함으로써 많은 생명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최근에 통과된 병원의 출생통보제 역시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출산보호제가 시행돼야 한다"면서 "이 제도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전국 각도에 베이비박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베이비박스는 서울 관악구 난곡로 주사랑공동체교회 1곳과 경기도 군포시 새가나안교회 1곳 등 2곳뿐이다.
이 목사는 젊은 시절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다 1987년 아들 은만 씨가 전신마비의 중증 장애아로 태어나고, 기독교 신앙을 가지면서 다른 삶을 살았다. 중증 장애 아이들을 비롯해 많게는 19명의 아이를 자기 집에서 직접 키웠다. 2009년부터는 베이비박스를 만들어 아기들과 산모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미국 최대 생명보호단체인 라이브액션이 주는 올해의 생명상을 받았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제공]
다음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긴 부모들이 써놓고 간 편지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못난 이 엄마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 바라며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엄마를 용서하지 말거라. 끝까지 널 책임질 수 없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해. 추억 하나 줄 수 없어서 미안해. 그리고 너무너무 사랑해. 죽을 때까지. 항상 널 기억하고 마음에, 심장에 간직할게. 이름조차 지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 이름도 못 지어줘서 미안하다는 엄마의 편지 일부-
"너를 품고 있는 동안 나를 낳아주신 엄마께서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며 정말로 많이 생각하고 생각했단다.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너를, 빚더미에 앉은 내가 이 험한 현실에서 온전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처럼 행복하게 키울 수 없는 현실과 싸우다 결국 너를 이렇게 보내게 되었어. 나 또한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지만, 너만은 온전한 울타리가 있는 가정에서 행복하고 보호받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엄마의 편지 일부-
"저는 미혼부입니다. 아기 엄마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키우고 있었는데, 아기 엄마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게 됐습니다. 남자 혼자 아기를 키우기에는 너무너무 힘들어서 수많은 생각과 고심 끝에 여기 오게 됐습니다. 면목 없지만 건강하고 멋지게 잘 컸으면 합니다.
- 아기를 맡긴 미혼부의 편지 일부-
[본인제공]
"우리 아기들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항상 미안했어. 항상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듣고, 행복한 생각만 하는 다른 엄마들과는 달랐으니깐… 그 흔한 임산부 영양제 하나 못 챙겨 먹어서 그런가? 너희가 이렇게 작게 태어나 너무 미안했는데… 아기들과 단 하룻밤도 같이 있지 못했습니다. 워낙에 빨리 태어나기도 했고, 워낙 작아 이런 선택을 한 제가 너무 떳떳하지 못하지만, 우리 아기들 잘 부탁드립니다"
-쌍둥이 엄마의 편지 일부-
"너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끝까지 지켜볼 수 없는 못난 엄마라 미안하고 또 미안해. 널 지키지 못한 죄는 엄마가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갈게. 그러니 너는 이쁜 모습처럼 이쁜 것만 보고, 이쁜 생각만 하며 엄마처럼 크지 말고 이쁜 사랑을 받아서 행복과 웃음만 가득하게 자라줬으면 좋겠어"
-성장 과정이 어려웠던 엄마의 편지 일부-
"널 너무너무 사랑해. 널 너무 많이 사랑해. 내 아가 내 딸 항상 씩씩하게 힘들어도 이겨냈으면 좋겠어. 택시에서 자는 네 모습을 보는데 너무 눈부시더라. 남자는 항상 조심해야 해! 밥 잘 먹고! 사랑해."
- 아기한테 씩씩하게 자라달라는 엄마의 편지 일부-
"처음에는 키운다고 생각해서 아기를 낳을 날만 기다렸는데 아기 아빠의 무차별한 폭력으로 헤어지자고 하고 혼자 집에서 아기를 낳았습니다. 아기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죽일 생각을 했지만, 아기가 나오고 제 손으로 받았을 때 그런 못된 생각이 사라지고 어떻게든 좋은 곳에서 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입양특례법이 바뀌고 하니깐 너무 답답하고 어떻게 할지 몰라 이종락 목사님을 찾아가 이렇게 아기를 보냅니다"
- 아기를 죽일 생각마저 했던 엄마의 편지 일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 베이비박스에 관해 설명해 달라.
▲ 아기가 들어오는 베이비박스는 병원의 인큐베이터처럼 안전하다. 내부가 항상 따뜻하다. 외부에서 베이비박스 문을 열면 내부에서 벨이 울린다. 상근자들이 달려가 베이비박스 안에 있는 아이를 보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초 이내다. 박스 안에 카메라도 설치돼 있어서 아기가 들어오는 게 관찰된다. 보육사가 아기를 꺼내는 시간에 상담사는 외부 계단으로 달려가 아기 부모를 상담실 안으로 안내한다. 대부분의 부모가 거부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온다.
-- 베이비 룸은 다른 것인가.
▲ 베이비박스는 외부에서 박스 문을 열고 아기를 놓지만, 베이비 룸은 부모가 아기를 안고 들어오는 곳이다. 베이비 박스와 베이비 룸이 50대 50의 비슷한 비율로 이용되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엄마가 아기를 놓고 그대로 달아날 수 있지만, 베이비 룸은 아기를 안고 들어오는 것이어서 훨씬 더 바람직한 형태다.
-- 내부에 샤워실이 있는 이유는.
▲ 아기를 금방 낳고 하혈이 있는 상태에서 오는 산모가 있다. 이들을 위해 샤워실을 갖췄다.
-- 아기 부모들과의 상담 내용은.
▲ 일단 칭찬해준다. 아기를 위험한 곳에 유기하거나 죽이지 않고 이곳에 데려왔으니 그 자체로 칭찬해줄 만하다. 그다음에 아기 엄마와 함께 기도한다. 아기가 엄마의 기쁨뿐 아니라 이 나라와 사회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러면 엄마는 자책감이 줄어들고, 나중에라도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상담자는 전후 사정 이야기를 듣고, 가능하면 아기를 데려가 키울 것을 권한다.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기를 위해 편지를 남기도록 한다. 거의 모든 부모가 편지를 쓴다. 그 편지는 아기가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읽게 된다.
-- 부모들은 상담할 때 많이 우나.
▲ 그렇다. 여러 가지 하소연을 하기 때문에 3시간 30분간 상담이 진행된 경우도 있다. 어떤 엄마는 달아난 아기 아빠에 대한 원망 때문에 분노에 차 있었다. 베개와 뿅망치를 줬더니 울면서 그 베개를 마구 두들겨 팼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지금까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기는 몇 명인가.
▲ 베이비박스가 2009년 12월 만들어진 이후 올해 7월까지 2천101명의 아기가 보호됐다. 2016년 이후부터는 대부분의 아기가 부모 상담과 함께 맡겨졌다. 상담률은 2020년 이후 98% 정도다.
-- 맡겨진 아기들은 주로 어디로 가나.
▲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보호된 아기 1천478명 가운데 1천86명이 시설로 갔고, 입양된 아기는 153명이었다. 원가정으로 되돌아간 아기는 282명이었다.
-- 아기를 맡긴 부모의 연령대는.
▲ 올해 들어 7월까지 통계를 보면 10대 11%, 20대 57%, 30대 28%, 40대 2% 정도였다.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병원 외 장소에서 출생한 비율은 12% 정도다. 대부분이 미혼이다.
-- 베이비박스 운영하는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어가나.
▲ 난곡로 베이비박스에 상근자가 9명으로 3교대로 돌아가고 있다. 이곳에 연간 7억 원 정도 들어간다. 금천구 시흥동 공동체에서는 장애 아이들이 함께 살고 있는데, 연간 5억7천만 원이 들어간다. 정부 지원은 없다. 모두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후원자 가운데 잘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생명을 중시하고 미혼모의 아픔을 아는 사람들이 후원한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제공]
-- 아기를 낳은 뒤 직접 키우지 못하는 이유는.
▲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외도, 근친상간, 불법 체류자 출산 등의 경우도 있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를 낳으면 사회적으로 매장이 되기 때문에 직접 키우지 않고 베이비박스로 데려오는 측면이 있다.
-- 근친상간에 의한 출산은 많은가.
▲ 이곳 베이비박스에 오는 산모 가운데 1년에 2∼3명 정도가 그런 사례다. 아기의 아빠가 친오빠, 사촌 오빠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 아기를 되찾아간 사연을 소개한다면.
▲ 한 여고생이 2학년 되자마자 아기를 데리고 이곳에 왔다. 고등학교 졸업까지 1년 8개월 정도 남겨놓은 상태였다. 이 아기 엄마는 돌잔치 때 찾아왔고, 가끔 자원봉사자로 오기도 했다. 엄마로서는 아기가 너무 예뻤기에 올 때마다 눈물을 훔쳤다. 1년 후에 여고생은 친정엄마한테 아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자기 딸을 데리고 이곳에 찾아온 친정엄마는 엉엉 울었다. 자기 딸한테 "내가 키워줄 수 있는데, 왜 그랬냐?"고 책망했다. 현재 그 아기는 친정엄마가 키우고 있다.
-- 아기를 맡겨놓고 전화하는 사람도 있나.
▲ 괴로우니 술 먹고 전화하는 엄마들이 있다. 어떤 엄마는 "목사님, 우리 아기 어떻게 했어요?"라면서 운다. 다른 엄마는 "나 약 타 놨어요"라고 하면서 한탄한다. 우리 상담자들은 혹시 그 엄마가 극단적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전화를 끊지 못하고 끝없이 통화를 하게 된다. 엄마는 자기 인생을 하소연하고, 상담자들은 다 들어주고 위로한다. 통화가 2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를 낳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도 있는데.
▲ 여기 베이비박스에 오는 엄마들은 어떻게든 아기를 살리려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칭찬받아야 한다. 예수님은 간통한 여자를 돌로 쳐서 죽이려는 군중 앞에서 "너희 중에 죄 없는 사람이 먼저 돌로 쳐라"라고 했다. 한두 명씩 사라지더니 결국 모두가 자리를 떴다. 죄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예수님은 그 여인의 죄를 정죄하지 않고 용서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생명을 살렸다.
[이종락 목사 제공]
-- 장애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맡기는 경우도 많은데, 그 이유는.
▲ 한국에서는 장애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다. 장애아가 있으면 엄마와 아빠 가운데 한 사람은 이 아이한테 올인해야 한다. 물리치료, 음악치료, 언어치료도 해야 하니 돈도 많이 들어간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으면 치료할 수 없다. 그래서 부모가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데려온다.
-- 아기를 살해하는 부모를 목격한 적이 있나.
▲ 언청이 즉 안면기형을 가진 아기를 데리고 지방에서 올라온 부부가 있었다. 입천장이 없는 아기였다. 엄마한테는 아기가 아주 소중했는데, 아빠한테는 무거운 짐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부모한테 병원에 가서 아기가 우유를 먹을 수 있도록 호스를 끼워서 다시 데려오라고 부탁했다. 나는 병원 예약까지 해줬고, 병원비도 우리가 감당하겠다고 했다. 나는 사흘 뒤에 아빠한테 전화해서 아기가 몇 시에 이곳 베이비박스로 오는지 물었다. 아빠는 "걱정하지 말라. 아기는 가지 않는다. 더 좋은 곳에 갔다"고 했다. 놀란 나는 그런 상태로 아기가 다른 곳에 가면 살 수 없으니 빨리 이곳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그 아빠는 "당신이 뭔데, 그렇게 관심을 갖느냐"면서 짜증을 내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 결국 그 아빠와 다시 통화하지 못했나.
▲ 나는 다른 사람의 전화기를 이용해 전화했다. 그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아기를 빨리 데려오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아빠는 "좋은 데 갔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때 부모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 그 부모가 아기를 죽였다는 뜻인가.
▲ 그렇게 추정된다. 그 당시 나는 충격을 많이 받았다. 그때부터는 무조건 아기를 받아줬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제공]
--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나라는 많은가.
▲ 20개국 정도 된다. 미국은 사실상 모든 공공기관이 베이비박스다. 보건소, 구청, 동사무소, 경찰서, 119 등에 아이를 맡기면 된다. 이들 기관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보호받은 아이들이 4천 명이 넘는다. 독일, 체코, 폴란드, 일본, 라트비아 등에서도 베이비박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나라는 국가가 베이비박스를 지원해준다.
-- 2012년 입양 특례법 개정 이후 버려지는 아기가 늘었다고 하던데.
▲ 입양특례법이 아기 유기를 조장했다. 그 법은 아이를 입양시키려면 엄마 아빠가 출생신고를 하도록 했다. 입양 보낼 때 엄마 아빠 모두가 사인을 해야 한다. 이러니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미혼모가 아기를 버리는 일이 생긴다. 그 법은 아기 유기를 줄이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이 법은 아기와 동반 자살한 엄마들, 밖에 버려져 죽은 아이들, 낙태로 죽은 생명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
-- 개정 입양특례법은 누가 만들었나.
▲ 일부 의원들이 발의해서 입법화됐다. 그 법으로 문제가 생겼는데, 그들은 아직도 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그 법이 살인법이고 다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 병원이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최근에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 의료기관이 진료기록부에 출생정보를 기록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제출하면 심평원은 산모의 관할 지자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난다. 불법 조산소도 증가할 것이다. 혼자서 출산하다 엄마도 죽고, 아기도 죽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입양특례법이 아기 유기를 조장한 것처럼 이 법도 비슷한 문제를 낳을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호 출산법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이 법은 익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원하지 않은 출산으로 출생 신고를 꺼리는 부모를 위한 것이다. 이렇게 출생 신고된 아이는 보육원에 가지 않고, 입양기관을 거쳐 일반 가정에서 자랄 수 있다. 아기가 성장해서 부모를 찾고 싶어 한다면 법원 판결에 따라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주사랑공동체교회가 오래전에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의뢰해 이 보호 출산법안을 만든 뒤 국회의원들에게 제출했는데, 인제야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 이 법안이 통과될까.
▲ 통과돼야 한다. 나는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전국 각도에 베이비박스를 만들 것이다. 규모가 큰 도에는 두 개씩 만들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부모들이 보다 수월하게 아기를 맡길 수 있다. 부성애 법도 통과돼야 한다. 달아난 아기 아빠를 추적해 아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 운전면허 취소, 여권 취소, 월급 차압 순서로 압박하는 제도다. 미국이 이런 식으로 한다.
-- 유기 등으로 죽어가는 아기가 연간 몇 명 정도 되나.
▲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간 400∼500명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한다.
-- 태아도 생명이라고 생각해서 낙태에 대해 반대하나.
▲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서 수정되면 그때부터 생명이다. 단순한 세포 덩어리가 아니다. 낙태는 살인이다. 현재 산전 검사를 통해 장애가 있으면 합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그것도 잘못된 것이다. 장애아는 태어날 권리마저 없다는 것인가?. 장애가 있으면 사람도 아닌가?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야 건강한 나라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본인 삶의 원칙은 무엇인가.
▲ 철저하게 이웃사랑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은 내 인생의 전부다. 나는 이런 헌신적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 인생에서 역경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 인생 전체가 역경이지만 둘째 은만이가 중증 장애아로 태어난 것이 컸다. 은만이는 전신마비로 33년 살다가 천국에 갔다. 병원 생활만 14년이다. 인간으로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가진 것 모두 날리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도 다 떠나고 홀로 남았다. 그러나 그 역경은 곧 나한테는 축복이 됐다. 그런 역경을 통해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내가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됐다.
-- 삶에서 역경이 중요하다는 뜻인가.
▲ 역경이 없는 삶은 생명이 없는 삶이다. 역경을 통해서 이웃의 아픔을 알게 되고, 내 아픔이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된다.
[촬영 이건희]
-- 아기를 돌보면서 힘들 때는 언제였나.
▲ 아기들이 아파할 때 힘들다. 아기들은 아파도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많이 운다. 어디가 아픈지 알기도 어렵다. 나는 오랫동안 우는 아이들을 돌봤기에 이제는 어디가 아픈지 감이 온다. 배가 아픈지, 머리가 아픈지 어느 정도는 알게 됐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해야 할 일도 적지 않다.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는 마음이 있다. 더 진실하게, 겸손하게 섬기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 독자들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우리나라 국민은 인정도 받고 사랑도 많은 사람들이다. 손주와 자녀들이 잘 자라도록 뒷받침해주기를 바란다. 정부는 문을 활짝 열고, 아기들이 유기되지 않도록 구석구석 살펴주기를 바란다.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