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에 비친 주사랑공동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소식 >언론보도

[서울경제] [이슈리포트] 생명 보호는 국가 책무…보호출생제 등 관련법 개정 서둘러야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3-07-28   /   Hit. 1995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유령아이 사태의 원인과 해법
가부장제서 탄생, 시대 동떨어진 영아 살인죄
유령 아이 여론 악화에 결국 형법서 폐지
출생통보제 가족관계법 개정안 통과됐지만
암수범죄 위험 사라지지 않아 추가대책 필요
산모 신원 숨기고 익명 출생 가능케 하고
베이비박스에 위탁한 친모 처벌 막아야
유기 조장 논란 있지만 아이 지키는 게 먼저
임신중지 보험 적용등 임부 자결권 해결을

[서울경제]

감사원의 감사로 지난 8년 동안 출생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소위 ‘유령 아이’가 무려 2123명이나 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123명의 아이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1025명에 대해서는 생존을 확인했지만 249명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814명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와 국회는 부랴부랴 대책을 만들었다. ‘출생통보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영아 살인죄’와 ‘영아 유기죄’를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킬 수 있는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안을 찾기 위해 먼저 국가가 생명 침해 행위를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보자.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녀가 태어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출생지 관할 구청?읍사무소?면사무소 또는 동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5만 원 이하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8년 동안 2123명의 유령 아이가 생겨난 것이다.

전수조사에서 밝혀진 249명의 사망한 아이 수는 유령 아이의 생명이 얼마나 위험한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영아를 살해해도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는 살인죄가 아니라 영아 살인죄를 적용해왔다는 점이다. 영아 살인죄의 법정형은 최대 10년이다. 살인죄의 법정형이 최대 30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형이다.

영아 살인죄 규정은 1953년에 만들어졌다. 2023년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여’라는 규정은 조선 시대 여성의 ‘정조’를 강조하던 시대 배경이 그대로 담긴 가부장적 시각에서 만들어진 규정이다. 조문대로 해석하면 고손녀가 부적절한 관계에서 아이를 출생했을 때 고조할아버지가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영아를 살해해도 영아 살해죄가 적용된다. 후진국에 있을 법한 ‘명예 살인’을 대놓고 인정하는 꼴이다.

여기에 더해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에는 ‘경제적 곤궁’을 포함하고 있다. 2022년 대한민국은 출생 지원 예산으로 46조 원을 투입했다. 출생 인구를 고려하면 영아 1인당 1억 8000만 원이 넘는 액수가 투입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곤궁’을 영아 살해죄의 동기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회는 형법에서 영아 살인죄와 영아 유기죄를 폐지했다.

병원은 출생한 아이에게 ‘임시 신생아 번호’를 부여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청구해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된 임시 신생아 번호를 통해 출생한 신생아 수를 국가는 알 수 있다. 그럼 정부는 왜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을까. 보건복지부는 ‘개인정보보호법’상 확인이 불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법에서는 ‘명백히 정보 제공자(신생아)의 생명, 신체,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경우’ 임시 신생아 정보를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의 해명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국회는 올 6월 30일 출생통보제를 골자로 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행은 1년 후)시켰다. 출생 통보 방식은 의료기관에서 아동이 출생할 경우 의료인은 출생 정보를 해당 모친의 진료기록부에 기재하고 의료기관의 장은 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도록 했다.

정보를 받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체 없이 모친의 주소지 시읍면의 장에게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했다. 이 경우 시읍면의 장은 아동이 출생 후 1개월 내에 출생신고가 됐는지 확인하고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모친 등 신고 의무자에게 7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라고 통지해야 한다. 이후에도 신고가 되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신생아의 생명을 보호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추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신생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산모가 신원을 숨기고 싶은 경우 익명으로 출생할 수 있도록 ‘보호출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보호출생제도 도입에 대해 신생아 유기와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산모가 아이를 사회 구성원으로 올바르게 키울 것이라는 근거 역시 없다. 오늘 당장 살해당하고 버려지는 아이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호출생제도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보호출생제도와 더불어 논란이 되는 부분이 바로 ‘베이비박스’다. 베이비박스는 2009년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처음 만들어졌다. 이 교회의 베이비박스에 지난해 6월까지 맡겨진 아기는 총 1990명으로, 한 해 150~180명 수준이다. 적지 않은 숫자다. 베이비박스에 위탁하지 않았다면 분명 살인을 당하거나 길에 버려졌을 아이들이다. 그런데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위탁한 친모를 처벌한 판결이 있다. 생후 2개월 된 딸을 베이비박스에 두고 간 친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위탁한 친모를 처벌하면 아이의 생명을 보호해줄 공간이 없어지게 된다. 베이비박스 합법화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병원 응급실, 경찰서, 소방서 등 24시간 운영되는 관공서에 아이를 위탁하면서 국가가 아이를 키워주기 바란다는 의사가 확인되면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 ‘안전한 아이 피난처법(Safe Haven Law)’이 50개 주와 워싱턴DC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아동 유기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의 생명 보호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눈을 돌려 태아 생명 침해에 대해 살펴보자. 낙태(임신 중지)에 대해서는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헌재는 “자기 낙태죄에 대하여 단순 위헌 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개선 입법을 이행하여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위 조항들은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입법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국가는 임부의 자기 결정권에 따라 임신 중지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수주, 일정한 요건하에서 임신 중지가 허용되는 수주, 태아의 생명권 보호가 더 중요한 수주를 결정해 입법해야 한다. 현재 임신 중지는 모든 임신 수주에서 합법이라는 점에서 보건의료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처방전 없는 사후 피임약 구매 문제, 임신 중지 약물 수입 허가 문제, 임신 중지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문제 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영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출생통보제 외에 보호출생제도 도입과 베이비박스 합법화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임부의 전인격적인 임신 중지와 태아의 생명 보호가 상호 존중될 수 있는 입법을 하루빨리 해야 한다. 태아와 영아는 우리 사회의 미래다. 이들의 생명 보호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형사법, 형사정책, 초국가적 범죄 연구자로 한국외국어대 법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20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국무총리 아동정책조정위원회 위원, 법무부 검경 수사권 협의체 위원, 대검찰청 형사정책자문위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이사 등을 역임했다. 젠더 혐오 범죄에 대한 형사정책 대응 방안, 반인도 범죄로부터 북한 주민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보호 책임 연구, 성범죄 원인 및 발생 환경 분석을 통한 성범죄자 효율적 관리 방안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