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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달에도 천사 10명이 찾아왔어요". 버려진 아기 최후 안식처 베이비박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3-06-27   /   Hit. 957
미신고 영·유아 이슈로 베이비박스 부각
8년간 1418명 보호, 225명 가족 품으로
영아 유기 방조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도
"생명 보호 최후 보루, 따뜻한 관심 필요"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 박스 문을 열면 센서가 작동해 상담사에게 알림이 울린다. 김소희 기자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택가. 가파른 언덕을 계속 올라가자 붉은색 외관의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다. 이름은 어렵지만, 양육을 포기한 어린 부모들이 갓난아기를 맡기는 곳이다. 2009년 12월 국내 1호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후 수천 명의 아이가 거쳐갔다. 지금도 매달 10명 정도가 맡겨진다.

최근 ‘미신고 영ㆍ유아’ 이슈가 불거지면서 베이비박스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 2,236명 중 베이비박스의 문을 두드린 이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2015~2022년 서울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호된 아기는 1,418명, 2014년 경기 군포에 설치된 2호 베이비박스에도 116명이 왔다 갔다.

법 테두리 밖에 있는 베이비박스의 존재 탓에 너무 쉽게 자녀를 버리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이곳의 목적은 출생신고를 거쳐 아기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는 데 있다.

24시간 상주하는 상담사들이 마주하는 아기는 대개 태어난 지 하루, 이틀밖에 안 된 신생아다. 아기 탯줄도 자르지 못해 하혈 상태로 오는 산모도 있다. 황민숙 상담지원센터장은 “엄마에게 건네는 첫마디는 ‘얼마나 힘들었느냐’는 위로”라며 “상담을 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게 설득하고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에서 만난 황민숙 센터장이 운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을 들어줬기 때문일까. 상담 후 자녀를 다시 양육하겠다고 맘을 고쳐먹는 부모도 많다. 지난해 6월엔 아빠가 강원도에서 갓난아기를 안고 “형편이 안 돼 맡기고 싶다”며 베이비박스를 찾았다. 엄마가 태국 출신 불법체류 외국인인 데다, 아기 역시 희귀성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상담 끝에 수술비 지원을 제안하자, 아빠는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8년 동안 225명의 아이가 원래 부모와 가족이 됐다.

그래도 남겨진 아기들은 시설에 보내지거나 입양된다.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는 센터에서 직접 112에 미아 신고를 한다. 이후 구청이 인계받은 아이들을 서울시 행정 등록을 거쳐 전국 각지 시설이나 보육원에 맡기는 구조다. 센터는 입양 등 거취가 결정될 때까지 아이들을 거둔다.

말 그대로 세상에 버려진 ‘유령 영ㆍ유아’를 보호하는 최후 보루인 셈이다. 황 센터장은 “베이비박스는 국가의 도움에서 벗어난 산모가 아이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안식처”라며 “유기가 아닌 보호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가 계획한 미신고 영ㆍ유아 전수조사도 ‘처벌’만 부각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경기 수원 중부경찰서는 20대 여성이 지난해 낳은 아기를 곧장 베이비박스에 맡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아기는 현재 서울 한 보육시설에서 양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센터장은 “어떻게든 자녀의 삶을 이어나가게 하기 위해 베이비박스를 찾은 엄마라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 아기방에서 보육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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