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염평안씨의 ‘요게벳의 노래’를 들을 때 베이비박스가 떠오른다고 합니다. ‘요게벳의 노래’는 출애굽에 나오는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애굽에 사는 이스라엘 자손이 크게 번성하여 온 땅에 가득하게 되자, 애굽 왕 바로는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애굽에서 태어난 모든 히브리 남자아이는 나일강에 던져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요게벳은 석 달 동안 모세를 숨겨 키웠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숨겨 키울 수 없게 되자 갈대 상자에 모세를 담아 나일강으로 떠나보냅니다. 아이를 갈대 상자에 담아 강가에 띄워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 눈물의 기도가 담긴 노래가 바로 ‘요게벳의 노래’입니다.

주사랑공동체는 키울 수 없는 아이를 두고 가는 베이비박스를 ‘생명을 살리는 갈대 상자’라고 소개합니다. 베이비박스와 갈대 상자는 제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합니다.

첫째, 세상의 눈이 아닌 하나님의 시선으로 보게 합니다. 요게벳이 만든 갈대 상자를 떠올려봅시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갈대 상자는 안전해 보이지 않습니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망가져 버리고, 물결에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게벳은 하나님의 시선으로 갈대 상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갈대 상자는 훗날 인류의 역사를 바꿀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갈대 상자는 강물에 흘러 애굽의 공주에게 가게 됐고, 아이는 훗날 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는 리더로 쓰임 받습니다.

베이비박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베이비박스를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이 그 작은 상자로 무엇을 하겠느냐며 손가락질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베이비박스가 영유아를 내다 버리도록 부추긴다는 오명을 씌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베이비박스를 세상의 시선이 아닌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길 원합니다. 베이비박스가 하나님을 통해 사용될 것임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베이비박스는 약 2000명의 위기 영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이들은 ‘버려진 아이’가 아닌 ‘보호된 아이’가 된 것입니다.

둘째, 세상의 계획이 아닌 하나님의 섭리를 보게 합니다. 요게벳이 만든 갈대 상자는 그저 우연히 강물에 흘러갔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갈대 상자에는 생명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손길과 계획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손길이 닿자 보잘것 없어 보이던 갈대 상자는 세상 어떤 것도 무너뜨릴 수 없는 튼튼한 배가 됐습니다. 거친 물결도, 바로 왕의 무시무시한 살해 계획도 하나님의 섭리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성도 여러분, 저는 베이비박스가 세워진 것이 우연히 세워지신 것이 아닌 하나님의 손길과 다스림 가운데 세워졌다고 확신합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힘든 상황을 이겨내게 하셨습니다. 또한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호된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에 입양되고, 그 아이들이 자라 부모님과 함께 공동체에 방문하는 모습을 볼 때 저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이었음을 느낍니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목사

◇이종락 목사는 2009년 12월 서울 관악구 난곡로 주사랑공동체교회 담벼락에 베이비박스를 설치했습니다. 위험한 장소에 유기돼 죽어가는 아이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 2000여명의 생명을 구조했습니다. 또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400여명의 미혼모 가정에 매달 양육 키트와 생활비, 병원비, 주거비 등을 3년 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

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 : http://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556260?sid=103&fbclid=IwAR1zjQjo94tNYqsmIwd_MS43em46aBkYYxJr7rCWBsmMKHZzrMxqNZ8cJ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