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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베이비박스가 필요 없는 사회로의 한 걸음;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0-12-18   /   Hit. 2454

HnL 법률사무소 박성민 변호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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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이 누굴까. 보호자가 없는 아기다. 최근에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인 신생아가 베이비박스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 아기는 엄마의 태 안에서 보호되었다. 출산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엄마는 아기를 데리고 가파른 산비탈 중턱에 있는 베이비박스 앞까지 아기를 보호했다. 만약 아기를 베이비박스 안에 놓았다면 베이비박스 건너 실내에 설치된 벨이 울렸을 것이다.

 

그랬다면 베이비박스 봉사자가 나와서 아기의 엄마를 상담실로 안내했을 것이다. 출산한 후 아기를 데리고 베이비박스가 있는 산비탈까지 오느라 지친 엄마는 따뜻한 차라도 마시면서 잠시 쉴 수 있었을 것이다. 베이비박스에서는 엄마에게 여러분들의 후원으로 지원되는 기저귀 같은 물품 등이 있고 비록 조그만 도움이지만 도와줄 수 있으니 아기를 직접 키워보자고 설득했을 것이다.

 

그래도 엄마가 아기를 양육할 수 없다고 결정한다면 아기는 베이비박스에서 잠시 보호되다가 시설로 보내져서, 입양되면 입양 가정에서 입양이 안 되면 시설 등에서 보호될 것이었다. 만약 아기를 베이비박스 안에 놓았다면 그렇게 될 일이었다. 그러나 아기는 베이비박스 밖에 있는 드럼통 위에 놓였다. 추운 날이었고 새벽에는 흩뿌리는 비가 왔다. 아기는 다음 날 아침 드럼통 밑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그 날 그 밤 그 아기에게 베이비박스가 필요했다. 매년 100명에서 250명의 아기들이 베이비박스로 들어온다. 베이비박스에 놓이지 못했지만/않았지만 다른 곳에 유기되거나 심지어 살해당하는 아기들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 아기들에게 베이비박스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아기들의 생명을 보호할 책무가 있는 대한민국과 우리 사회도 베이비박스가 필요하다.

 

대한민국과 우리 사회에 베이비박스가 필요한지 아닌지는 오직 이 아기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이 아기들에게 베이비박스가 필요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 아기들이 전체 신생아 숫자에 비하면 소수라고 하여, 이 아기들의 친생 부모가 보호를 포기하였다고 하여, 이 아기들의 존재가 거론되는 것이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 불편하다고 하여, 외면해서는 안 된다.

 

최근 국회에서 보호 출산에 관한 특별법안(김미애 의원 대표 발의)이 발의되었다. 필자는 이 법안의 제안이유가 베이비박스가 필요 없는 사회로의 한 걸음이라고 이해하고 있고 그 제안이유에 공감한다. 과거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아기 양육을 포기한 친생부모는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한 후 법원의 허가를 받아서 아기를 입양 보내야 한다.

 

그래서 양육을 포기하고 실명으로 출생신고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친생 부모는 아기를 유기하게 된다. 유기된 아기는 친생부모 소재 불명이므로 성과 본이 창설되고 시설에서 보호되다가 시설장의 재량에 따라 입양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2012년에 개정된 현행 입양특례법하에서 아기 양육을 포기한 친생 부모가 실명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기로 한 경우 아기를 유기하게 될 위험이 매우 크다. 실제로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 후 베이비박스로 들어오는 아기의 수가 많이 증가하였다.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들에게 붙어 있는 메모나 편지 중에는 법에서 출생신고를 해야만 입양을 보낼 수 있다고 해서 베이비박스까지 오게 되었다고 죄송하다고 미안하다고 하는 사연들이 많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위 개정 후 전국적인 영아 유기도 증가하였다. 전체 신생아 수는 감소하는데 말이다. 2012년에 입양특례법을 개정하면서 내세웠던 중요한 입법 목적이 원가정 보호였는데 오히려 영아 유기가 증가하였다니 아이러니다.

 

현행법에서 친생 부모가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해야만 아기를 입양 보낼 수 있도록 하면서 예외 사유를 두지 않은 것은 입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보호 출산에 관한 특별법안(김미애 의원 대표 발의)은 그 입법의 불비(不備)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법안에서는 임산부가 스스로 영아를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함이 우선되어야 하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임산부가 일정한 상담을 거쳐 자신의 신원을 감춘 채 의료기관에서 출산하는 보호 출산을 인정하고, 보호 출산 시 친생부모 실명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아기의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한다.

 

대신 보호 출산 상담기관에서 친생부모의 정보 등이 적힌 출생증서를 작성하여 밀봉한 후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영구보관하도록 하며, 출생증서를 작성한 경우 친생부모의 입양 동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그리고 보호 출산으로 태어난 자가 성년에 도달하면 출생증서 열람을 청구할 수 있고, 이때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 출생증서 열람을 허가하되 친생부모 부동의 시 친생부모 인적사항을 제외하고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2012년에 입양특례법을 개정할 때 입법자가 영아 유기가 증가하고 생존하기 위해 베이비박스를 필요로 하는 아기들이 많이 늘어나는 것을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현실에 존재하는 어려운 문제는 법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고 입법 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보호 출산에 관한 특별법안(김미애 의원 대표 발의)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이 법안이 입법될 경우 보호 출산으로 태어난 아기가 자라난 후 자신의 친생부모를 알고자 하는 알 권리가 제한되는 문제는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아기의 생명권과 아기의 알 권리를 비교하면 생명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녀의 알 권리와 친생부모의 알려지지 않을 권리를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에 관하여는 프랑스와 같이 자녀의 알 권리의 제한을 인정하고 친생부모의 알려지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법제나 독일과 같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자녀의 알 권리와 친생부모의 알려지지 않을 권리를 개별, 구체적으로 형량하는 법제 등에 관한 연구가 이미 이루어져 있고, 학계에서는 독일과 같은 법제가 타당하다는 견해가 더 많은 것으로 안다.

 

한편 이 법안이 입법될 경우 원가정에서 보호될 수 있었던 아기들이 원가정으로부터 유기되는 것이 조장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이 법이 있든 없든 아기를 직접 양육할 친생부모들과 이 법이 있든 없든 아기 양육을 포기할 친생부모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이와 같은 우려는 기우이다.

 

하지만 만약 이 법이 없다면 아기를 직접 양육하였을 텐데 이 법이 생겨서 아기를 원가정으로부터 유기하는 것이 쉬워졌기 때문에 아기의 양육을 포기하게 되는 친생부모가 있다면 위와 같은 우려는 경청해야 할 의견이다. 보호 출산에 관한 특별법안(김미애 의원 대표 발의)에서도 임산부가 스스로 영아를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만약 위와 같은 우려가 현실적이라면 그 원칙을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입법상의 그리고 운영상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가령, 현재 베이비박스에서 아기를 직접 양육하려는 친생부모를 지원하듯이 국가가 실제적인 지원을 하되 선지원 후행정 방식으로 해서, 무슨 요건을 따지고 서류를 받고 이런 절차보다 지원을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방식대로 번잡한 행정 처리를 마친 후에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면 양육을 포기할 위기에 처한 친생부모를 도울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그리고 친생부모 중 한쪽이 나 몰라라 하여(현실적으로 친생부인 경우가 많다) 다른 친생부모가 혼자 양육 부담을 지고 있는 경우 전자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부담 지우는 입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친생부모의 직접 양육을 지원하는 것과 보호 출산을 인정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고 양립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친생부모 직접 양육 지원이 작동하는 경우와 보호 출산 인정이 작동하는 경우가 다를 때가 많아서 둘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기도 하다.

 

베이비박스 봉사자에게서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베이비박스가 필요한 아기들에게 베이비박스가 필요 없어지는 세상을 꿈꾼다고. 그 아기들에게 조금의 도움도 준 적이 없는 필자는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그 마음에 공감한다. 그리고 보호 출산에 관한 특별법안(김미애 의원 대표 발의)이 조속히 그리고 면밀히 검토되고 입법되어 베이비박스가 필요 없는 사회로의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

 

출처 : 국민일보

원문 :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392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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