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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pick] 부모 없는 하늘 아래... 이틀에 아이 한명씩 버려진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1-05-05   /   Hit. 2224

입력2021.05.05. 오전 4:28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지난 2일, 한 여성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주택가 벽면에 달린 ‘베이비박스’ 문을 열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를 위해 2009년부터 종교단체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해 온 아기 위탁함이다. 베이비박스 문이 열리면서 자동으로 벨이 울리자 2층에서 상담사가 다급하게 뛰어 내려와 산모(産母)를 붙잡고 물었다. ‘태어난 건 언젠가요, 예방접종은 했나요?’ 속싸개에는 태어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여아가 있었다. 산모는 한참을 울다 결국 아이를 맡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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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종교단체의 작은 방에 태어난지

27일 된 아기가 곤히 잠들어 있다. 이 단체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부모들을 위해 아기 위탁함인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는 아기들은 이곳에서 잠시 머물다 지자체 보호 시설로 떠난다. / 장련성 기자.

 

엄마가 일러준 ‘○○’란 이름으로 남은 아이는 세 평(9.9㎡) 남짓한 방으로 옮겨졌다. 연분홍 파스텔 벽지로 도배된 이 방에는 이미 지난달 30일부터 하루 간격으로 나란히 들어온, 생후 1주일 남짓한 아기 둘이 누워 있었다. 길이 1m, 폭 60㎝쯤 되는 간이침대에 나란히 누운 셋 모두 주민등록번호가 없다. 기록상으로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셈이다. 보육을 담당하는 황정하(45)씨는 “3시간마다 아기들에게 분유를 타서 먹인다”며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다행히 분유를 먹으면 기분이 좋은지 잘 잔다”고 했다. 이 세 아기는 어린이날 하루 전인 4일 오전 나란히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서울시아동복지센터로 떠났다. 미아(迷兒)로 등록돼 수일 만에 지자체 시설로 옮겨진 것이다. 베이비박스의 임선주 팀장은 “어린이날 전날이든, 무슨 날이든 구청 직원이 데리러 오면 기약 없이 떠나야 한다”고 했다.

출생신고도 없이 버려진 영·유아들은 국가의 복지 혜택에서도 배제된 ‘사각지대’ 속에서 어린이날을 맞는다. 2009년부터 올 3월까지 이곳의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는 총 1865명. 이 중 50%인 934명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국가의 모든 지원을 받지 못한다. 보건복지부 유보영 보육정책과장은 “복지 혜택은 기본적으로 아동 신원이 특정돼 행정망에 올라야 하는 만큼 출생신고 없이는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의 기저귀, 분유값은 모두 주사랑공동체에 들어오는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출생신고 없이 유기된 아기들을 돌보는 서울 마포구의 구세군서울후생원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아동 바우처를 쓸 수 없다 보니, 지난 1월에는 한 활동가가 지역 맘카페에 ‘분유를 부탁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주사랑공동체 양승원 사무국장은 “출생신고 없이 유기된 아이들은 주로 10대 미혼모, 근친 상간 혹은 강간 피해자, 외도(外道), 외국인 불법 체류자의 자녀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친모가 출생신고를 하면 일주일도 걸리지 않지만, 보육원장 등이 후견인(後見人)이 돼 신고를 할 경우 보통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린다. 병원 대신 자가 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많다는 것도 애로점이다. 현행 법상 병원이 발급한 출생증명서가 없는 경우, 아기·엄마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선주 팀장은 “유전자 검사 비용 40만원이 없어 출산 1년 11개월 만에 신고를 마친 산모도 있었다”고 했다. 이 기간에 아기는 고스란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 양승원 사무국장은 “어떻게든 산모를 설득해 출생신고만이라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관악구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출생신고 없는 아기만 90명이었다. 전국적으로 이런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는 부모와 개별적인 독립체인 만큼 친자 관계 확인이나 부모를 동반해야 지원해주는 현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베이비박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버려지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 서울 관악구의 주사랑공동체교회 설립자인 이종락 목사가 2009년 만든 ‘아기 위탁함’. 벽면에 설치된 문을 열고 아기를 두면 24시간 대기하던 상담사가 달려나와 산모와 대화하고 양육 지원과 입양 절차를 돕는다.

[신지인 기자 amigo@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원문 :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1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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